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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내가 하노이와 호치민을 방문한 날, 그도 왔다. 평상시 같았으면 무선 인터넷도 빠르고 도로도 뻥뻥 뚫려 자유롭게 원하는 곳을 검색하여 다닐 수 있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얼마 전 대만의 한 기업에서 누출한 독성 물질로 베트남 중북부 지역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사건에 이어, 5/22일, 5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베트남 14기 총선이 있고, 다음 날인 5/23일 월요일에 그는 베트남의 첫 방문지로 하노이를 찾아왔다. 이 때문에 베트남 정부는 모든 SNS 통신을 원활하지 않게 차단하고 심지어 그가 이동할 주요 도로를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5/21일 하노이에 입국... 가는 곳마다, 마치 조치오웰의 1984이 연상되듯 프로파간다 같은 방송이 나를 따라 다녔다. 또, 선동적인 음악이 곁들어져 마치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캠패인 같기도 했다. 90%이상의 투표율을 자랑했지만, 내 지인은 어차피 정해진 결과라며 투표를 하지 않았다. 물고기 떼죽음, 선거로 인해 형성된 국민들의 여론 때문이었는지, 베트남 국민들은 평등, 인권, 환경 문제 등에 대해 여느 때보다도 변화와 성장에 대한 갈증이 고조된 상황이었고, 이 시기에 잘 맞춰 방문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는 베트남 사람들 기저에 있던 에너지를 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단 3일의 방문, 그러나 그가 남긴 여파는 여간해서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는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우리가 느꼈던 "꿈은 이루어진다"는 자신감과 에너지, 그 시기에 온 국민이 공유했던 뜨겁던 열정과 비슷한 그것이 느껴졌다. 그가 떠난 후 페이스북 등 베트남 친구들의 SNS에서는 오바마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언급되고 있었으며, 거기에 자신의 꿈과 미래의 모습을 덧붙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젊은 인구가 60% 이상인 베트남, 이 젊은 에너지가 모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 힘을 모은다면, 베트남의 미래는 어떻게 뒤바뀔까? 갑자기 V-wave로 10년 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베트남의 미래가 상상되었다. 마치 한국의 지금 모습처럼....

베트남의 현재 모습을 한국의 7~80년대로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7~80년대를 들여다 보면, 한국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한류라는 문화로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상상하긴 힘들다. 세계를 리드하는 거대한 트렌드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다면... 그 다음 순서는 동남아, 그리고 그 다음이 아프라카가 될 거라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아세안경제통합(AEC, ASEAN Economy Community)이 이뤄지면서 그 축을 리드하기 위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경쟁하고 있는데, 동남아의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중간에 있는 베트남이 의외로 선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베트남과 한국의 국민성 비슷한 면이 많은 데, 그 중에 "의외성"이란 부분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은 순간순간의 사건과 여기서 파생된 의외의 결과로 존재한다. 오바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베트남 중산층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분차(Bún Chả, 국수+숯불고기+늑맘을 섞어 먹는 베트남 음식, 내가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를 먹었다. 옆에 보디가드도 없고,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일반 이미지와 상반된 이 의외적인 소탈함 역시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당연히 연출일 것이다. 어떻게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옆에 미국 대통령이 와 있는데, 저렇게 못 알아보는 냥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미 대통령을 보겠다며 그가 지나갈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그리고 그를 사진에라도 담겠다며 환호하는 인파...

너무나 대조적인 위/아래 사진들!!

 

 

 

 

오바마 때문에 내 귀국길이 막힌 건 사실이다. 23일 나는 호치민으로 이동했고, 원래 일정은 25일 낮 비행기로 한국에 오려던 일정이었다. 그런데 그 역시 나와 비슷한 시간대에 일본으로 가는 일정으로 인해 공항으로 가는 주요 길들이 모두 통제되었다. 그가 있는동안 호치민의 도로와 통신 상황으로 인해 완전히 내 발이 꽉 묶여 버렸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4일 밤 비행기로 귀국... 미스터 프레지턴트와의 같은 시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이 이렇게 내게도 작은 영향을 끼쳤다. ^^ 비록 나에게는 불편을 안겨 주었지만, 내 젊은 베트남 친구들의 가슴을 뛰게 한 그의 리더십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었지만 드러내 놓고 자국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베트남 간의 아픈 과거를 어루만진 후 미래와 인류의 공동 발전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연설문 @ 하노이

https://www.whitehouse.gov/the-press-office/2016/05/24/remarks-president-obama-address-people-vietnam

 

 

연설문을 읽는 건 늘 재미있다. 그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겠는가? 호치민, 탁닛한 스님 등 베트남의 유명하고 존경받는 인사들의 명언 인용과 함께 베트남의 천연자원과 특산물, 그리고 성장에 대한 본연적 욕구, 반중(Anti-China) 심리 등이 어우러져 미래지향적인 베트남과 미국간의 관계를 통해 보편적인 인류발전 등의 대의를 설파했다.

 

물론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입장에서 TPP로 베트남을 활용하고, 베트남과 중국간의 영토 분쟁과 역사적 갈등으로 인한 반중 정서를 건드린 부분도 분명히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정서적 요인 때문에 베트남 국민들은 이번 오바마 방문을 통해 더 단결될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큰 비전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다. 심지어 오바마는 현재 '으뜸 배우자'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한다. ^^

 

그의 연설문 중 주요 메시지를 들여다 본다.

 

오바마 연설은 귀납법적으로 쓰여 있다. 그는 베트남과 미국의 역사를 언급하여 미래로 향한 후, 키 메시지를 맨 마지막에서 요약하여 언급하고 있다.

 

ㅁ 요약(Key Message): 경제, 안보, 인권, 환경보호

And many years from now, when even more Vietnamese and Americans are studying with each other; innovating and doing business with each other; standing up for our security, and promoting human rights and protecting our planet with each other -- I hope you think back to this moment and draw hope from the vision that I’ve offered today.  Or, if I can say it another way -- in words that you know well from the Tale of Kieu -- “Please take from me this token of trust, so we can embark upon our 100-year journey together.”  (Applause.)   

 

 

1. 인권

베트남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호치민의 말을 인용해 인권 강조! 이 부분에서 감동받는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Ho Chi Minh evoked the American Declaration of Independence.  He said, “All people are created equal.  The Creator has endowed them with inviolable rights. Among these rights are the right to life, the right to liberty, and the right to the pursuit of happiness.”

 

 

2. 변화

호치민의 전쟁기념관에 가 보면, 과거 미군이 저지른 잔혹하고 끔찍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의외로 베트남 사람들은 반미감정이 크지 않다. 오바마는 이번 방문을 통해 탓닛한 스님의 말을 인용해 과거에 대한 진정한 용서를 빌고, 교육, 여행, 경제 등의 교류에서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We learned a lesson taught by the venerable Thich Nhat Hanh, who said, “In true dialogue, both sides are willing to change.” 

 

As Vietnamese and Americans, we can all relate to those words written by Van Cao -- “From now, we know each other’s homeland; from now, we learn to feel for each other.”

 

 

3. 지식기반 경제 협력

Peace Corps 파견으로 영어 교육 지원, Fulbright 호치민 대학(베트남 대학 내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의학 등 기술 공동 협력) 오픈, 미국 내 베트남 유학생 교육 장려책 공유 외 스타트업 장려 등 구체적인 안을 언급했다.

 

특히 호치민의 Dreamplex에서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러한 부분에 대해 더 구체적인 담화를 나누었다.

 

 

4. 양성 평등

베트남 여성들은 집안팎으로 매우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한국처럼 유교의 영향으로 베트남 여성들의 위치는 남성들보다 낮은 편이다. 이 부분을 강조한 점도 베트남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인 큰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From the Trung Sisters to today, strong, confident women have always helped move Vietnam forward.  The evidence is clear -- I say this wherever I go around the world -- families, communities and countries are more prosperous when girls and women have an equal opportunity to succeed in school and at work and in government.  That's true everywhere, and it's true here in Vietnam. 

 

 

5. 경제적 평등

 

TPP(Trans-Pacific Partnership)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면서, 급여 및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한 인권, 경제 부흥과 안보까지 연계해 강조했다.

 

 

6. 안보

중국의 최근 베트남 국경침입 사건을 언급하며, 양국의 안보협력을 통해 해안 국경지대를 보호를 위한 군사적 지원 등을 약속하였다. 또한 ASEAN이나 East Asia Summit 등의 협력 강화를 미국이 지원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TPP의 당위성도 함께 강조한 정치적인 부분도 내포하고 있었다.

 

Big nations should not bully smaller ones.  Disputes should be resolved peacefully.  (Applause.) 

 

 

7. 표현의 자유

세계인권선언문에 나온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등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SNS 및 언론 통제에 대한 부분도 비판함과 동시에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언급하며 이는 진보의 기반이자 사회의 안정을 가져옴을 역설하였다.   

 

The rights I speak of I believe are not American values; I think they're universal values written into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They're written into the Vietnamese constitution, which states that “citizens have the right to freedom of speech and freedom of the press, and have the right of access to information, the right to assembly, the right to association, and the right to demonstrate.”  That’s in the Vietnamese constitution.  (Applause.) 

 

 

8. 보건 및 환경

3년 전 하롱베이를 방문했을 때 세계 7대 자연경관 중 하나가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점에 안타까웠던 적이 있는데, 오바마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 이런 자연유산들을 잘 관리할 것을 강조하였다. 

 

 

오바마는 Inspiring leadership을 보여준다. 그의 연설은 베트남 젊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I think of a new generation of Vietnamese -- so many of you, so many of the young people who are here -- who are ready to make your mark on the world.  And I want to say to all the young people listening:  Your talent, your drive, your dreams -- in those things, Vietnam has everything it needs to thrive.  Your destiny is in your hands.  This is your moment. 

 

 

제3자의 입장에서 오바마 대통령 방베 후 베트남 젊은이들의 반응을 보고 있어도 그 에너지가 나에게 전달될 정도로,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사람들이 가진 능력과 열정을 끌어내 인류의 발전의 비전을 제시해 주는 리더, 이런 리더에 대한 목마름이 더더욱 오바마를 멋지게 한 게 아닐까 한다.

 

젊음과 역동적인 베트남,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방베는 베트남에 큰 불씨를 지폈다. 호치민에 있는 WeWork의 스타트업 열기는 더 커질 것이다. 아마 중국 다음으로 이들의 스타트업 열기와 파급력은 커질 것이다. 변화하는 베트남, 하지만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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